정릉에 위치한 정수초 6학년 교실. 유자학교 유해물질 탐정단 수업은 한 학생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대답은 ‘아니오’다. 2015년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조처를 규정하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제정되고 법 시행 이후 학용품 안전이 많이 개선되는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교실이나 도서관의 가구류, 건축재엔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된다. 학교 소파, 체육용품 등은 13세 이하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 아니기에 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학교니까 안전해’라고 믿을 수는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유해물질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오늘 수업의 주제는 PVC다. PVC는 폴리염화비닐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중 하나다. 하지만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사용된다. 프탈레이트는 발암물질, 생식독성물질이다. 불임, 남아 잠복고환 및 요도기형 등 태아기형, 천식 및 아토피 등의 알러지 질환 등 건강영향을 미친다.
또 안정제로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사용된다. 납은 생활 속 유해물질 중 가장 위험한 독성 물질로 신체 마비, 뇌 발달 장애 등을 일으킨다. 카드뮴은 간암 및 간 질환, 신장 질환에 영향을 미치며 발암성 물질로 분류된다.
유해화학물질을 피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안전 인증마크와 성분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 사용 후 손 닦기 △ 먼지는 물걸레로 청소하기 △ 화학 제품 많이 사용하지 않기 △ 향이 나는 제품은 멀리하기 △ 물 마시기 △ 채소 위주의 식사하기 △ 운동하기 등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박수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사무국장이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XRF)를 사용하여 아이들이 사용하는 물건에 유해화학물질이 들어있는지 확인했다. 아이들은 실내화, 카드, 빗자루, 필통, 핸드폰 케이스 등 다양한 제품의 유해성 여부를 궁금해 했다.
안전성 여부는 초록, 노랑, 빨강 신호등 스티커로 표시됐다. 다행히 예전에 비해 노랑색, 빨강색 스티커가 붙는 제품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PVC로 만들어진 필통 등에는 노란색 주의 스티커가 붙어졌다. PVC 재질 대신 천이나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 제품을 권했다.
수업 말미, 그동안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에서 측정했던 위험한 물건들이 소개됐다. 그 중에 한 제품과 동일한 실내화를 한 학생이 착용하고 있었다. 해당 제품은 카드뮴 수치가 141ppm으로 기준치인 75ppm보다 두배 가량 높았다.
이선임 활동가는 “개인이 유해성을 확인하여 제품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소비자의 탓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상생활 속 개인의 실천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기관에 안전한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요구하는 것, 함께 목소리를 내서 세상을 바꾸어 가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유자학교에서는 ‘나쁜 플라스틱, PVC를 찾아라’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다이소 문구 포장재에는 PVC가 사용되고 있다. 대신 좀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포장재 혹은 포장이 없는 제품을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실제로 PVC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른 재질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케아는 PVC 대신 에바(EVA) 재질의 샤워커튼을, 영창악기는 PVC 리코더 집 대신 천 리코더 집으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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