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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학교 교육 중] 약국에서 찾은 재사용 DIY 액상 키트 용기

유자학교는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학교’라는 귀여운 뜻의 환경교육과 캠페인 프로그램입니다. 아름다운 재단의 후원으로 일과건강,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에서 진행하며,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실생활에 와닿는 이로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자학교’를 통해 학급별로 다양한 환경 캠페인도 열리고 있어요.

유자학교에서는 현직 교사들의 다채롭고 쉬운 환경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워크북과 만들기 키트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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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DIY, 환경교육하는데 어떻게 하지?

그런데 교육 중에 사용할 만들기 키트의 재료가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어요! 가루는 종이봉투 혹은 생분해 봉투를 사용했는데요. 액체는 어쩔 수 없이 모양이 잡힌 작은 용기를 피해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학생 일인당 하나씩 계량해서 소분하지 않고, 큰 용량의 재료와 계량 컵을 제공했는데요. 이렇게 하면 1인분의 작은 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여러 명이 한 개의 계량 컵을 사용해 1회용품의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서 어린 초등학생들이 직접 계량 컵에 액상 재료를 붓다 보니 넘치기도 하고 정확한 무게를 재지 않아 질척이게 되거나 망치는 경우도 생겨났어요. 한 명씩 계량을 하다 보니 오래 기다려서 만들기도 전에 이미 수업 시간이 끝나버릴까봐 조마조마하고요.  플라스틱 대신 유리용기에 액상 재료를 담는 방안도 고려했어요. 하지만 한번 쓰고 버린다면 자원순환과 제로 웨이스트를 학습하는 ‘유자학교’의 교육 목적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또한 직접 교육하는 것이 아니니 학교 선생님들께 일일이 용기를 수거해 보내달라고 하기도 힘들었죠.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에게 키트를 나눠주고 온라인 수업을 하기도 해서 회수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키트에 버려지는 용기를 다시 사용하자, 바로 약통!

유자학교’ 체험 프로그램에서 자원순환 키트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대안은 일회용품 없는 밀키트 만큼이나 어려운데요. 하지만 찾고 찾다 보니 길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일회용 카메라 필름 통을 떠올렸어요. ‘필름로그’란 기업은 사용하고 버려지는 필름 통을 모아 필요한 곳에 배포하는 활동을 합니다. 사이즈도 작고 밀폐도 되는 것 같아 수소문 끝에 담당자와 연락이 되었습니다만! 유자학교 키트에 사용할 만큼 대량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하셨어요. 좌절…..

정말 방법이 없을까, 하며 어느 날 동네 약국을 지나가는데, 약통이 수북이 투명한 비닐봉지 안에 버려져 있었어요. 약통은 사이즈가 동일하고 모양도 일정합니다. 웬만한 성분을 잘 보존하는 폴리에틸렌 재질에 입구가 커서 소분하기도 좋지만 뚜껑을 닫으면 한 방울의 액체도 새어나오지 않습니다. 뚜껑을 열고 닫기도 쉽고요. 울랄라 울라라!! 그래 약통이야!!!

키트 용기 재사용을 위해 힘을 합친 찐 실천러들

언젠가 인천의 제로 웨이스트 가게 대표인 소정님께서 병원 약국에서 얼마나 많은 약병이 버려지는지 정말로 안타깝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소정님은 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계셨어요. 제약회사에 약통을 돌려주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제약회사는 없다고 합니다. 저는 어차피 버려진다면 저희가 키트에 잘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깨끗이 닦아 액상 재료를 넣어 사용한 후 플라스틱으로 잘 분리배출하면 되니까요.

다만 재사용의 난관은 바로 대량 수거와 세척, 그리고 재사용 용기에 재료를 리필해주는 업체는 찾는 것입니다.

대량수거? 우리에게는 ‘쓰레기 덕후’들이 있답니다. 쓰레기를 줄인다면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주는 깨어있는 시민들 말입니다. 그래서 소셜네트워크에 약병을 보내주실 약사님들을 찾는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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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00개의 약병을 모으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만 2일 만에 약 1,700개 약병이 모였습니다. 사실 더 많은 분들께서 연락을 주셨지만 유자학교에서 필요한 개수가 약 1,500개라 아이돌 콘서트 장 매진처럼 수량을 조절하기에 이르렀어요.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얼마든지 재사용 될 수 있는 멀쩡한 약병이 하루에도 수만 개씩 버려진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었어요. 하지만 유자학교에서는 새 용기를 사는 쉬운 길을 버리고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면서 ‘찐 환경교육’을 해보려 합니다.

수거하고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춘천시자원봉사센터
대구 동구 아양로99 파티마병원 사회복지팀
경기도 김포시 휴베이스 정약국
서울시 성북구 장위로15길 김0은 님
대전시 서구 월평북로 올리브약국
서울시 성동구 용답중앙15길 실로암약국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천잠로 전주바른약국
제주시 연삼로 1층 약국
서울시 중랑구 녹색병원 약국

노숙인 일자리를 만드는 노느매기의 소분

노느매기는 영등포에 위치한 노숙인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노느매기에서는 수거된 약통을 정리해 그 안에 액상 재료를 리필하고 유자학교에 보내는 일을 맡아주셨어요!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노느매기 역시 제로 웨이스트에 진심인 곳이라서 재사용의 의미를 알기에 친절하게 응해주셨습니다.

노느매기에 실려가는 재사용 약병들 모습 (약 1,700개)

재사용 유자학교 만들기 키트를 소개합니다

이렇게 쓰레기를 줄이면서도 재미있는 환경교육 체험 키트를 만드는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약 1,500개의 키트가 유자학교에 전달될 예정인데요. 유자학교 구성원들은 약통에 붙은 라벨을 보면서 키트 포장재가 새 것이 아닌 재사용 용기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에요. 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받아들일까요? 유자학교 선생님들은요? 설레는 마음으로 2022년 유자학교가 시작하기를 기다립니다. 유자학교 커밍쑨!!

재사용 용기에 소분 중
이렇게 제작되었어요.
제작 중인 유자학교 키트 모습
제작 중인 유자학교 키트 모습

글쓴이 | 유자학교 실무팀, 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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