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자학교 활동 이야기] 유자학교를 만나고 유자학교를 늘리고 싶어졌다

[유자학교 활동 이야기] 유자학교를 만나고 유자학교를 늘리고 싶어졌다

정릉초등학교 6학년 5반 김한민 선생님

북한산 남쪽 자락 칼바위를 오르는 둘레길 초입에 위치한 서울 정릉초등학교. 학교 바로 뒤에 성북구 생태학습장이 있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학교 중 하나입니다. 2020년 스물세 명의 학생들과 함께 6학년 5반 담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느 새 옛사람들이 지천명이라고 부르는 나이가 되었는데 저는 아직 입지도 못해 여전히 우왕좌왕하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을 이어갈 유자학교를 만나다

처음 교사가 되었던 해, 학교 화단 구석에 조그마한 꽃을 피우고 있던 풀이름을 묻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글쎄… 선생님이 나중에 찾아보고 알려줄게”라고 얼버무렸지만 어찌나 부끄럽던 지요. 오기도 생겼습니다. ‘학교에 사는 나무, 풀이름을 모두 알아버리겠어!’ 학교 도서관 구석에 있던 엄청난 두께의 잡초도감과 함께 그해를 보냈습니다. 학교 나무지도 그리기, 안암천 살리기 프로젝트, 성북생태학습장 만들기, 새만금 지키기, 플라스틱 제로운동 등을 시작으로 생태,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과 꾸준히 고민을 나누고 싶어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배성호 선생님이 어느 날,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물건이나 시설에 어른들도 잘 모르는 유해물질이 있고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유자학교를 해보려는데 같이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학교에서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을 하다 만 것 같이 흐지부지 마무리하고 와서 뭔가 체계를 잡고 제대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유자학교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참여하고 보니 이미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깊은 감동, 언제 이런 엄청난 일들을~. 전 이 프로그램을 실행만 해도 돼서 한결 수월했습니다.

그래도 고고~ 10월 중순에야 시작한 유자학교 프로그램

유자학교 프로그램은 유해물질이란 무엇이고, 플라스틱 문제, 화장품과 학용품에 있는 유해물질들에 대해 살펴보고 유해물질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려면 어떤 노력과 실천이 필요한지 탐색해보고, 해볼 수 있는 것들은 개인이든 모여서든 해보는 활동으로 기획된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관심사는 두 가지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유해물질이 어디에 얼마나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인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도와 노력들이 필요한지. 학생들은 내 관심사와는 상관없이 또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수도 있을 테지만, 우리들의 노력으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학교 교육 과정이 들쭉날쭉한 상황이어서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상황으로는 이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고고~ 10월 중순에야 유자학교의 물건들을 꺼내 학생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맨 먼저 한 활동이 유자학교 워크북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워크북의 모든 활동을 우리가 할 수는 없고 어떤 것을 선택해서 했으면 좋겠냐고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화장품에 대한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플라스틱과 유해물질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반은 유해물질 자체에 대한 활동 2회, 플라스틱에 대한 활동 4회, 화장품에 대한 활동 1회, 학용품에 대한 활동 1회를 하기로 정했습니다. 유자학교에서 제공해준 비누 만들기 활동은 유해물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동기 유발 활동으로 배치했습니다.

비누 만들기는 야외활동으로 진행했습니다. 개운초등학교 이진수 선생님의 활동 결과를 보고 교실 밖에서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수업 후기를 잘 올려 주어서 미리 만들어 보는 활동을 생략했는데 사전에 미리 만들어 보았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첨가액을 너무 많이 넣거나 적게 넣어서 어려움이 생긴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교실에서 충분히 사전 설명을 하고 밖에서는 만들기에 집중해야 했는데, 나가서 설명하고 만들기까지 스무 명이 넘는 친구들에게는 약간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이진수 선생님은 10명 내외였다는 사실을 깜빡.)

충격을 준 유해물질 프탈레이트기억하기!

워크북과 동영상을 통해 유해물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지우개를 유연하게 만드는 프탈레이트는 학생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지우개 빨기를 습관적으로 하는 아이들 이야기는 크게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프탈레이트 과다 사용 학용품에 대한 신문기사를 찾아보는 활동도 했습니다. 프탈레이트는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워서 12월까지 칠판에 써 놓고 잊어버리지 않게 학생들과 때때로 같이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올해 유자학교 활동의 성과라면 프탈레이트를 알게 되었다는 것도 하나 추가.

유자학교에서 보내 준 카드게임은 유해물질 마무리 활동으로 정하고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도 자유롭게 모여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후속 활동으로 유자학교와 환경부 캠페인에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안내했고, 10여 명의 학생들이 작은 손 피켓을 만들었습니다. 보건 수업에서 금연과 관련된 내용을 진행했는데 유해물질과 연결해서 작품을 만든 친구도 있었습니다.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세 시간으로 단축해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학교에 등교하는 횟수가 적어서 12월 안에 활동을 마무리하기 어려웠던 점이 좀 아쉽습니다. 이 활동의 성과는 국어, 사회 시간 모두 수행평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어에서 논거의 출처를 밝혀 주장하는 글쓰기에서 많은 학생들이 유해물질과 기후 위기, 플라스틱을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사회에서는 지구촌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하기 위한 실천 과제를 찾는데 플라스틱과 관련된 주제를 선택한 모둠이 있었습니다.

후속 작업으로 재활용 분리수거와 관련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이와 종이팩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팩모아’ 사업에서 도움을 얻어 우유팩을 따로 모으는 실천 활동을 아이들에게 제안하고 진행 중입니다. 현재 여덟 명 정도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졸업 전까지 우유팩을 모아오는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두루마리 휴지)을 줄 예정입니다.

늘어나는 유자학교와 학급 만날 수 있길

두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잘 갖추어진 자료들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다양한 자료들과 통계, 자신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코로나19와 개인적인 준비 부족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음 해에도 유자학교를 진행한다면 학생들의 수준에서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들로 번역을 할 필요가 있겠고, 자치구 차원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학생들과 함께 살펴보는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같이 해보자고 한 번 제안해볼 계획입니다. 늘어나는 유자학교와 학급들, 이건 저의 몫입니다. 그리고 워크북의 크기가 조금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활동 책이면서도 간직하고 있으면 도움이 되는 자료로서 유자학교에 대한 기억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이 모든 활동을 준비한 선생님들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