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학교 활동 이야기] 직접 느끼고, 깨우치고, 만들어가며 함께 배워요
수송초등학교 양은석 선생님
몇 해 전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를 읽고 글을 쓴 김신범 선생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화학물질이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시민이 먼저 위험을 인지하고 알려서 스스로의 안전을 살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벌어졌던 살충제 계란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학생들도 그러한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자라는 세대인 학생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터를 살피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합니다.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유해물질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교사는 주제 제시, 학생은 스스로 학습하고 깨우치는 활동
먼저 유자학교에서 제공해주신 영상을 보며 유해물질과 관련한 현재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교사가 주제를 제시하지만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게 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임을 느끼고 더 알아보거나 해결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해야 했죠. 학생들이 유해물질 피해의 심각성을 충분히 접하고 인식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반부에는 유해물질과 관련한 영상과 신문 자료를 찾아서 함께 보며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글이나 말보다 영상이 주는 전달력은 상당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가 정말 충격적이었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사용하는 물품에 유해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면 유해물질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물품에 유해물질이 있는지 알아보는 조사학습을 시켰습니다. 여학생들은 주로 화장품이나 세안제, 학용품 등을 조사했고, 남학생들은 학용품, 생활용품, 운동용품 등을 조사했습니다. 이러한 조사에는 유자학교 교재에서 안내해준 어플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플에 등록되지 않은 제품 성분은 조사하기 어려웠습니다. 학교에서 물품을 바로 검사해서 유해물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해물질의 심각성, 학생 스스로가 찾은 대안
다음으로 학생들이 학습을 통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나의 생활과 유해물질’이라는 주제로 글쓰기 과제를 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유해물질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고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농구공에 유해물질이 들어있으니 앞으로 농구를 안 해야겠다.”, “앞으로는 유해물질이 들어있는지 알아보고 써야겠다.”, “물건을 살 때 성분을 살펴볼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더군요. 유해물질의 심각성을 아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책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에 유해물질이 들어있다고 오해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이미 만들어진 유해물질을 덜 사용한다는 소극적 반응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오해한 내용을 다시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것이 그 다음 과제였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유해물질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학생들은 포스터, 설치미술, 카드뉴스 만들기, 캠페인, 인터뷰,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싶어 했습니다. 토의 끝에 프로젝트 마무리로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하고, 준비하는 도중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관심사별로 팀을 구성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팀별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 실천 계획을 세웠습니다. 화장품 구매 일기 쓰기, 재활용한 후 후기 남기기, 플라스틱 덜 쓰기 도전하기, 유해물질 관련 정부에 편지쓰기, 일회용품 덜 쓰는 매장 활용해보기 등을 계획했습니다.
유자학교 교재가 길잡이 역할을 하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캠페인을 전시회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팀별로 설명 자료를 만들고 필요한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자학교 교재는 학생들의 자료조사와 정리의 길잡이 역할을 했지요. 유자학교 교재를 분석해 더 필요한 자료를 조사했고, 새롭게 찾은 자료를 유자학교 자료와 비교해보며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갔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이 줄어들더니 마지막 캠페인을 남겨놓고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어 버렸습니다. 학교 1층 현관에 캠페인 전시를 하기 위해 마련한 포스터와 설명 자료들은 교실에 덩그러니 놓인 채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느낀 뿌듯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몇몇 학생들은 교사가 알려주지 않은 자료들을 스스로 찾아가며 공부했습니다. 6학년 다른 반 친구들에게 설문을 돌리기도 하고 유해물질 퀴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은 학생의 영상을 보고 정부나 기업이 사과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본 영상은 2019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그 이후에 진행된 사항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더 조사하고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이후 새롭게 알게 된 것은 2020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을 학생들과 공유하며 개학하면 편지를 다시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무언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저도 함께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환경 문제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더 많이 배우고,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가야 하겠습니다. 내년에도 새로 만날 아이들과 함께 이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나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