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자학교 활동 이야기] 학교는 안전한 거라는 생각을 넘어, 작은 실천으로 일상을 바꿔요

[유자학교 활동 이야기] 학교는 안전한 거라는 생각을 넘어, 작은 실천으로 일상을 바꿔요

송중초등학교 5학년 3, 손지영 선생님 원고

안녕하세요, 이번 유자학교 시범교육에 참여한 서울송중초등학교 5학년 3반 담임교사 손지영입니다. 올 한 해 동안 저희 반 스무 명의 학생들과 함께 유자학교 프로젝트로 여러 교육 활동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쌓아 성장하자는 학급의 목표에 맞춰 유자학교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학교는 안전할거야 라는 생각이 와르르 무너지다

제가 유자학교에 참여한 계기는 교실 안 물건의 유해물질 측정결과였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므로 책상과 의자의 높이, 계단의 단차도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막연히 ‘학교는 안전하게 지어졌을 거야’ 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유자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교실 속 유해물질을 측정한 XRF 조사결과를 보게 되었습니다. ‘학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칠판과 교실 뒤편 게시판, 창문 모두 어린이들의 지능과 신경발달에 영향을 주는 납 등의 유해 중금속이 들어있더군요. 조사 결과에 따라 칠판과 게시판에 ‘위험’이라는 빨간 글씨를 붙였습니다. 낯설고도 당혹스럽웠어요. 유자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니까 안전하다고 믿는다’가 아니라 ‘학교니까 더욱이 안전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라고 생각을 전환하게 됐습니다.

포기와 무관심을 떨치는 작은 실천들의 에너지

그래서 유자학교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작은 실천’의 의미를 깨닫고 싶었어요. 유자학교 프로젝트 중 하나인 플라스틱 수업을 할 때, 한 학생이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분리수거 잘 해봤자, 외국에서 분리수거 하나도 안 해서 아무 소용 없대요.”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은 지구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작아 무력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죠. 그 무력감이 포기와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은 실천들이 만드는 작고도 소중한 변화를 느끼는 경험을 나눴습니다. 담임교사로서 학생들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를 칭찬하고 격려하여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게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유자 학생들이 만든 #용기내 #확인해 캠페인

작은 실천들의 예를 들어볼까요? 유자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용기내’, 학용품 등의 일상용품을 살 때 성분을 확인하는 ‘#확인해’, 이렇게 두 가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용기내’와 ‘확인해’는 유자학교 학생들이 직접 이름을 붙인 캠페인이랍니다. #용기내 캠페인은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알고 스스로 플라스틱 소비 현황을 파악하고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자발적 활동입니다. 학기 초부터 시작해 학기 내내 이어졌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생활 속 문제를 발견하고 이야기를 꺼낸 때였습니다. 분리배출하던 플라스틱이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 사용하는 학용품이 KC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것 등 제가 설명하기도 전에 스스로 파악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유자학교 활동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스스로 조사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모습이 뿌듯했답니다. 안전한 학용품 수업의 일환으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들어있지 않은 지우개와 KC 인증을 받은 리코더를 보자마자 제가 왜 이 제품들을 선택했는지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이야기하더군요. 그동안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눈 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뭉클했습니다.

즐겁고 작은 일상의 실천, 주체적인 시민성을 키우다

유자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의 안전과 유해물질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이 변화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대부분의 학생들도 “학교니까 안전하겠죠” “당연히 안전한 제품이니까 팔 수 있는 거겠죠” 라고 생가했어요. 하지만 유자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인 시민으로서 태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판매되는 것이라고 해서 다 괜찮은 것이 아니며, 늘 누리는 일상 그 자체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유자학교의 매력은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황과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해물질로 인한 피해가 일부 사람들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느꼈던 거죠. 또한 샴푸바와 천 마스크 만들기를 만들고 직접 사용하는 실천의 경험이 유자학교 캠페인 참여를 활발하게 한 듯합니다. 캠페인은 불편하고 번거로운 것이라는 생각이 즐거운 경험으로 변한 거죠.

원격수업과 후속활동을 통해 적극적 참여 유도

올해 학교 수업은 코로나19로 인하여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유자학교 수업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적어지면서 교실에서 아이들과 직접 활동해 볼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고자 유자학교 프로그램을 원격수업과 병행하여 진행했습니다. 원격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발한 의견과 활동 결과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패들렛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캠페인 활동을 사진으로 나누고 친구의 글에 하트를 누르며 피드백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오히려 원격수업과의 병행은 다른 면에서 활동 효과를 더 키워주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만능비누 만들기는 활동은 교실에서 다같이 하면 먼지가 많이 날려 진행이 힘들 수 있는데 각자 집에서 만들 수 있도록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오히려 만들기가 효과적이었습니다. 이후 자신이 만든 비누로 직접 손을 씻어보기, 성분 조사하기 등의 활동과 연계해 교육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작은 실천으로 나와 주변을 변화시키는 일

유자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안전이란 무엇인지, 어떤 유해물질이 자신의 일상에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당장 혼자서 지구를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작은 관심과 실천에 나서는 힘을 얻어서 학생들 스스로 학교와 그 주변부터 변화시켜 나가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어린이들의 안전한 환경을 위해 물품을 구입할 때 안전한 제품인지 꼭 확인하고 학교 안전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