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자학교 활동 이야기] 학생과 마을이 함께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생태모험놀이터!

[유자학교 활동 이야기] 학생과 마을이 함께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생태모험놀이터!

서흥초등학교 송한별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천 서흥초등학교 교사 송한별입니다. 그리고 소개해야 할 분들이 조금 많습니다. 창영종합사회복지관 유성훈 과장님과 박소현 팀장님, 아름다운가게 동인천지점 김정화 간사님, 인천동구자원봉사센터 박승현 사무국장님, 인천 서흥초등학교 양강순 선생님과 김경미 선생님까지, 이렇게 일곱 명의 선생님이 봉사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유자학교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조금 특이하죠?

마을과 함께한 플라스틱줄이기캠페인봉사단

처음에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님께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고 여쭤봤어요.

“저 혼자 말고 마을과 연계해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간사님께서는 흔쾌히 지지해주셨고, 그 이후로 마을에서 활동 중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공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함께 바꿔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공감해준 분들께서 ‘원 팀(One Team)’으로 참여해주셨습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 계시는 선생님들과도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치면서 이 프로젝트가 지역의 캠페인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결의(?)했습니다. 나아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내년, 내후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자고 다짐하고요.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올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플라스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 사태 원인이 결국 환경 파괴에 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누구나 들어봤다고 판단했거든요.

제가 올해는 담임이 아닌 전담교사였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동아리를 결성할 수밖에 없었어요. 거리 두기로 인해 활동이 제한된 가운데 어떻게 동아리를 구성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마침 우리 학교에 학생봉사단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봉사단에서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에 참여할 소모임을 모집해보기로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취지에 공감해주신 학부모들이 계셔서 주로 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플라스틱줄이기캠페인봉사단’이라는 소모임을 꾸렸습니다.

사회적 참사는 진행 중, 내실 없는 안전한 사회?

‘사회적 참사’라는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무방비 상태일 줄 몰랐고, 그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죠.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제도나 법이 바뀐 것을 체감하지 못 하고 있고요. 세월호 이후 ‘안전’이라는 단어는 훨씬 높은 빈도로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듯한데, 정작 내실은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여서, 개인적으로는 우리 집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다보면 어느새 피가 나요. 부모로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때마다 답답하고 속상하죠. 자연스럽게 우리가 얼마나 오염되고 유해한 환경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지 헤아려보게 되고요.

원 팀 도전기, 아이스 팩 재사용 캠페인

우리는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활동을 풀어갔습니다. 초반에는 유자학교에서 제작해주신 교재와 자료들을 통해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간략하게 소개해줬고, 이후 조지아 암슨 브래드쇼의 <플라스틱 지구>라는 책을 학생들에게 나눠줬어요. 학생들이 각자 책을 읽은 후 스스로 플라스틱과 관련된 문제를 만들어봤고, 골든 벨도 진행했답니다. 대부분 3학년 학생이다 보니 책이 다소 어려울 수 있었지만, 여러 자료들과 함께 설명해주니 심각성을 깨닫는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특히 문제가 되는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이 어딘지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집집마다 냉동실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스 팩에 미세플라스틱이 가득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아이스 팩을 그냥 버리면 결국 그 속에 있던 미세플라스틱이 다시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에 다들 소름이 돋기도 했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스 팩을 재사용할 수 있을까요? 함께 고민한 끝에 창영종합사회복지관이 적극 나서주셨습니다. 재래시장 및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 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파악한 후 아이스 팩을 모아서 전달하는 캠페인을 열기로 했죠. 학생들은 아이스 팩 수거함을 일곱 개 제작해 우리 학교와 긴밀하게 연계 중인 기관에 각각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 팩을 모아달라는 홍보를 온라인을 통해 함께 실시했어요.

아이스 팩 수거는 잘 됐을까요? 수거함이 꽉 찼다는 연락이 계속 와서 중간 중간 회수를 했는데, 약속된 날짜에 수거를 모두 마치니 적어도 천 개가 넘었어요. 학생들은 아이스 팩 하나하나를 닦고 크기별로 분류했습니다.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 학생들이 어찌나 불평불만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아이스 팩 세척과 분류를 마쳤습니다. 너무 힘들었다며 투덜거리기를 멈추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며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냈어요. 학생들은 직접 닦고 분류한 아이스 팩을 재래시장과 아이스크림 가게에 전달했습니다. 원래는 이 활동을 이틀 동안 하고 새로운 캠페인 활동에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아이스 팩 전달까지 여러 날이 소진되면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집집마다 아이스 팩 하나쯤은 냉동실에 박혀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이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 활동을 어떻게 계속 이어나가면 좋을까요? 구체적인 방법은 계속 논의하며 찾는 중이지만,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서 동구자원봉사센터가 이 일을 맡아주기로 하셨답니다. 이렇게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를 학생들과 마을이 원 팀(One Team)으로 도전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여겨주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한 자원 순환 프로그램, 쓰레기 줄이기

실제로 우리 마을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싶으면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 고민 끝에 ‘고물상’을 직접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학교 근처 자원센터에 방문해 우리 마을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 처리되는지 여쭤봤어요. 사실상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매우 적고, 분리수거를 해도 많은 쓰레기가 여전히 불태워진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적잖이 놀랐습니다. 결국 해답은 하나, 쓰레기를 줄여야 합니다.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아름다운가게 아닐까요? 마침 아름다운가게 동인천지점은 우리 학교와 오랜 시간 교류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예상은 아주 잘 맞아떨어졌고요. 아름다운가게 선생님은 재활용과 재사용 등 자원 순환과 관련된 개념을 여러 활동 사례와 함께 소개해줬습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다육이 화분을 만들면서 업 사이클링을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다고 일깨워줬어요. 학생들은 앞으로도 아름다운가게에 자주 들러서 물건도 기부하고, 좋은 물건도 싸게 구입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을과 협력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

유자학교는 유해물질 전반을 다루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제가 소개한 사례는 플라스틱이라는 작은 부분에 천착해서 다소 아쉬움이 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마을과 연계해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여전히 학생들에게 유해물질은 다소 어려운 내용이지만 긴 호흡으로 마을과 협력하여 함께 공부하고 실천한다면 더 내실 있는 프로젝트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내년엔 유해물질을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려 합니다. 인근 학교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마을 활동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큰 판을 짜보려 합니다. 그래서 차차 학교뿐 아니라 학생들의 공간 전반을 함께 점검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도까지 나아갈 계획입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재료를 학생들과 마을이 함께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생태모험놀이터!

유자학교의 기획대로 우리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눈 뜨기를 바랍니다. 나아가서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살아갈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기 바라고요. 좀 더 바란다면, 아이들의 목소리와 행동에 지역사회가 진심으로 힘을 보태기를 바랍니다. 마을이 나서서 아이들이 처한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목소리 내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마을이 하나 되고, 지역에서부터 공간을 혁신하는 작은 실천을 시작하기 원해요.